다시마 국물맛의 비밀 (2편)

2014/02/24

 

 신경계에 영향을 끼치고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어떨까.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MSG가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물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특정 아미노산만 많이 먹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였다. 아무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라고 해도 과도하면 탈이 생기지 않는가.

 

 우리는 글루타민산을 거의 단백질 형태나 천연 식품에 원래 들어 있는 글루타민산염, 그리고 MSG와 같은 조미료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95%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 점막 세포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단백질 합성이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나머지 5%는 간에서 대사된다.

 

 이 과정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글루타민산의 혈중 농도에는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농도가 상승하지만, 2시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수유기의 여성이 먹은 MSG는 모유의 글루타민산 농도에 약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글루타민산은 원래 모유에 있는 아미노산 중 가장 양이 많다.

 

 그리고 글루타민산은 몸 안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뇌의 학습과 기억 기능에 관련돼 있다. 신경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MSG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어린이가 MSG를 많이 먹으면 과잉행동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경전달물질은 우리 몸이 농도를 엄격하게 조절하는 물질이라 많이 먹는다고 뇌에서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뇌와 혈액 사이에 있는 혈뇌장벽이 아무 물질이나 마음대로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미 1970년대 기니피그와 쥐를 갖고 알아본 실험 결과 혈중 글루타민산 농도가 20배 가까이 올라가야 뇌 속의 농도가 의미 있게 변했다. 몸무게 60kg인 사람이 MSG를 100g 이상 먹어야 하므로 일상생활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아직 과학계에서는 MSG가 몸에 나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알러지는 단백질이 반응하는 항원항체 반응으로 아미노산인 MSG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MSG의 문제는 따로 있다. 글루타민산이 아니라 붙어 있는 소듐이다. MSG를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소듐 섭취도 늘어난다. 과도한 소듐 섭취는 고혈압이나 비만, 당뇨의 원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따져봐야 할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는 국이나 찌개에는 소금(염화소듐)이 많이 들어간다. 국물까지 훌훌 다 마신다면 한 끼에 소듐 일일권장섭취량을 초과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MSG라기보다는 소듐이 많이 들어 있는 우리나라 음식이 문제다.

 

 오히려 MSG가 소듐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사람마다 간이 다르다는 건 사람마다 만족하는 소금 농도가 있다는 뜻이다. 이때 소금의 양을 줄이고 그 대신 MSG를 넣으면 통계적으로 더 낮은 소듐 농도에서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MSG로 대체하는 양을 늘릴수록 소듐을 적게 먹는다. 짭짤한 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소금보다 MSG를 쓰는 게 소듐을 적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진짜 MSG의 죄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감칠맛을 내는 능력이다. 값싸고 편리하게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맛을 내는 식당이 줄어들고 있다. 감칠맛이 너무 강하면 다른 맛을 죽이고 혀는 갈수록 더 강한 감칠맛을 찾게 된다. 음식 맛의 획일화와 질 낮은 재료를 MSG로 덮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문제다.

 

 MSG에 돌을 던지려면 증거가 없는 유해성보다는 이쪽에 조준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기자로서는 MSG를 써서 음식을 해주시는 어머니를 탓할 수 없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인들 좋은 재료를 쓰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지 않을까. 적절히만 활용한다면 이 땅의 바쁘고 힘든 주부에게 MSG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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