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 (1편)

2016/07/26

 

“박사님, 제 환자를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1866년 1월 17일 영국 런던의 의사 켈슨 라이트(Kelson Wright)는 도저히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는 환자를 선배 의사 윌리엄 걸(Sir William Gull, 1816~1890년)에게 의뢰했다. 17세 소녀 A양은 167센티미터의 키에 몸무게가 37킬로그램에 불과했다. 수개월에 걸쳐 약 15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들었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 년 전부터 월경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신체징후에는 이상 없었다. 설사를 하지도 않았고, 다른 감염의 증거도 없었다. 심박수만 55~60회로 떨어진 것이 관찰될 뿐이었다.

“저는 먹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A양은 모든 종류의 육식을 거부했고, 다른 음식도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들어서 누워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일상 활동은 도리어 활발하게 하는 편이었다. 걸은 심박수가 낮고 저체온이 특징적인 이 환자의 체온을 높여주는 것이 도움된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 환자가 음식을 먹게 하려 노력했고, 또 여러 가지 약을 처방해서 식욕을 돋우려고 하면서 약 3년간 치료했다. 마침내 1868년 3월 A양은 몸무게가 58킬로그램이 되면서 정상이 되었다.

 걸은 그 즈음에 이와 유사한 환자들을 여러 명 진료했고, 체중 저하가 단순히 감염질환이나 영양실조 때문이 아니라는 심증을 굳혔다. 이 환자들은 자발적으로 굶는 사람들로, 여기에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걸은 A양을 포함한 환자 3명의 병세를 자세히 묘사하여, 1873년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 이하 거식증)’을 발표했다. 그는 거식증이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마르려고 하는 특이한 병으로, 세 명 중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아 쉽게 좋아질 병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정신적인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며 이를 히스테리 상태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인 1873년 프랑스의 살피트리에 병원의 어니스트-샤를 라세그(Ernest-Charles Lasègue, 1816~1883년)도 이와 유사한 환자를 보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히스테리성 거식증은 독립적으로 진단할 만한 문제이며, 이런 증상은 환자가 고통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라세그는 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식증의 심리적 측면을 중요하게 보았고, 특히 부모의 영향과 가족 내 상호작용에 주목해서 현대적 정신의학에서 진단하는 거식증의 특징을 포착했다.

왜곡된 신체 이미지로 시작되는 섭식 거부

 일부러 굶어서 살을 뺀다는 것은 본능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20세기 초반까지도 구미에서 가난에 의해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20세기 초반에는 뇌하수체의 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생체기능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줄어드는 ‘시몬드 증후군(Simmond syndrome)’1)이 관심을 받으면서 거식증을 이 문제로 설명하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걸이 보고서에서 썼듯이, 거식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신적인 문제라는 점이 차차 밝혀졌다.

 거식증 환자들은 절대 식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식욕은 있지만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지나치게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고 굳게 믿는다. 마치 왜곡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며, 먹더라도 바로 토하고 설사제나 변비약을 사용해서 먹은 음식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고 애쓴다. 일반적인 영양실조와 달리 서서히 살을 뺀 것이기 때문에 빈혈 증상은 없고, 혈액검사도 대부분 정상범위에 있다. 피골이 상접했지만 일상 활동은 다 하기 때문에 가족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가 먹는 것은 거부하지만, 요리를 좋아하고, 레시피를 모으고, 음식을 만든 후 데코레이션하여 그릇에 예쁘게 담고, 음식을 잘게 쪼개는 것에 몰두하는 등의 음식과 관련한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음식을 먹는 것은 싫어하나, 음식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자신의 체중 변화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지며 칼로리와 운동량 등에 박학다식하다.

 역사적으로 의학계에 이런 기이한 현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613년 페드로 메히오(Pedro Mexio)에 의해서다. 그는 프랑스 콩폴랑 지역에 살던 제인 발랑(Jane Balan)이라는 한 소녀가 10세 때부터 3년간 고기와 음료를 마시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을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후에도 몇 개의 사례가 있었으나, 걸이 처음으로 이 증상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여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란 지금의 진단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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