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의 시간을 오감으로 느끼는 하룻밤, 서산 계암고택

2016/08/23

 

충남 서산시 한다리마을은 경주 김 씨 집성촌이다. 안주목사를 지낸 김연이 서흥부사로 재직할 때 임꺽정을 토벌하고 얻은 사패지를 근거로 약 500년 전 들어와 집성촌을 이뤘다. 김 씨 가문은 많은 정승을 배출한 명문가다. 김연의 7대손 김한구의 딸이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되었고, 추사 김정희도 이 가문의 후손이다. 한다리마을은 조선 시대 전형적인 부촌으로 기와집이 모여 있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계암고택과 정순왕후 생가만 남았다. 두 집은 담장을 이웃하며 오랜 세월 함께했다.

계암고택에 도착하면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길손을 맞는다. 직선 돌담이 건물의 유려한 지붕 선과 중첩되면서 무질서하던 모습이 정돈되었다. 솟을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넉넉한 마당이 나오고, ‘一’자형 행랑채와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한 기와집은 여행객에게 고향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행랑채와 사랑채 앞마당은 넓지 않아도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로 손색이 없다. 행랑채에는 집을 수리할 때 나온 기와로 꾸민 고려와당박물관도 있다. 전시물은 적어도 호기심을 품고 전통문화에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채는 차양을 둔 것이 돋보인다. 사랑채 한 칸 앞에 팔모기둥을 세우고, 옆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 맞배지붕을 얹었다. 앞면에는 겹처마를, 뒷면에는 홑처마를 달아 앞쪽을 길게 처리했다.

안채는 사랑채 끝 중문을 통해 연결된다. ‘ㅁ’자형 구조로 마당에는 오래된 우물이 자리한다. 안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부엌이다. 여느 한옥의 부엌에 비해 넓은 것도 그렇지만, 한옥 체험을 위해 본래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흙바닥에 황토석을 깔고 고풍스런 식탁을 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를 하면 식당이고, 차를 마시면 카페로 변한다. 옛 정취에 실용성을 더한 아이디어는 안주인의 솜씨다.

낮에는 돌담을 따라 마당을 거닐고, 방에 앉아 차를 마신다. 창호 문을 열면 지붕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이 와 닿는다. 밤이면 은은한 달빛이 새어들고, 별빛이 가득 쏟아져 내린다. 방에는 TV 같은 편의 시설이 없어 여행 온 동반자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도 좋다. 부산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향유하는 것이 전통 한옥의 매력이다.


 

 

하룻밤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한옥을 즐기고 싶다면 고택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와당 만들기나 시조창 부르기도 좋지만, 계암고택에서는 율병 만들기 같은 전통 음식 체험이 어울린다. 조용한 분위기와 맞고, 여럿이 만든 전통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즐겁다.

현재 계암고택을 지키는 이는 김연의 후손 김기현 씨 내외다. 부부는 고택에서 한옥과 전통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안주인 이효원 씨는 고택을 쓸고 닦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성심으로 손님을 대한다. 아침에 정성을 다한 상차림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안주인의 덕이다. 계암고택은 좋은 숙박 시설의 조건인 위치, 시설, 인심의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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