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에서 쉬다, 쌍산재

2017/01/09

 

땅의 기운이 사람을 살리는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땅의 힘을 키우는 것일까? 지리산에 기대어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리한 구례군 마산면과 토지면 일대를 돌아보면 땅의 기운과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다루는 풍수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풍수지리의 대가로 꼽히는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국사가 이곳에 머물며 그 이치를 깨달았다니, 폐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맛 또한 예사롭지 않다.

도선국사가 머무른 사도리, 그중에서 윗마을에 속하는 상사마을 초입에 있는 쌍산재에서 하룻밤 묵는다. 해주 오 씨인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 뒤, 고조부가 집 안에 서당인 쌍산재를 지어 오늘에 이르는 한옥이다. 여러 차례 보수와 증축을 거친 탓에 고택의 자취는 미미하지만, 약 1만6500㎡가 넘는 집터에 살림채 여러 동, 별채와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자리한 가옥이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한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개별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불편함도 없다.

쌍산재로 들어서기 전에 눈길을 끄는 것은 당몰샘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그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전국 1위 장수 마을인 원인이 이 물에 있다 하여 지금도 인근에서 수시로 물을 길러 온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험한 샘 덕분에 쌍산재의 대문은 왼편 모퉁이로 물러나 있다.

당몰샘 물맛을 보고 쌍산재의 아담한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무심한 듯 비켜 앉은 건너채가 있다. 갓 쓴 선비 대신 푸성귀 다듬는 할머니가 앉아 계실 듯 정겨운 구조다. 목에 힘이 들어간 양반 가옥이 아니라 소박한 여염집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유가 특별하다.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책을 가까이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한 선대의 가풍 때문이라는 주인의 설명이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이다. 한 발 한 발 돌을 디디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 있다.

대숲이 끝나면 아래쪽과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쌍산재의 보석과 같은 공간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두 번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대숲이 끝나고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첫 번째 감탄사가 나온다. 대숲의 깊은 그늘을 빠져나와 만나는 빛의 세상으로, 하늘과 잔디밭,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서당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째 감탄사는 쌍산재 쪽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에 터져 나온다. 쪽문 안으로 쌍산재와 나란히 자리한 저수지가 와락 안겨든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겨울 아침에 조용히 쪽문을 열고 나가 저수지를 산책하는 것은 쌍산재에 머물며 만나는 즐거움 중 하나다.


 

 

너른 옛집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서당채는 집안의 자제들이 모여 글을 배우던 곳으로, 이 집의 주인도 서당채에서 천자문을 떼고 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글 읽는 소리 들으며 자란 동백나무, 치자나무, 산수유나무가 호위하는 공간이다. 툇마루에 앉아 나무 사이로 내려앉는 햇살을 즐기는 겨울이 따사롭다.

집안 아녀자들이 푸성귀를 심어 가꾸던 텃밭은 잔디밭으로 바뀌어 부모 따라 여행 온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공간이 되었다.

겨울 한옥 체험의 즐거움 중 하나는 따끈한 아랫목을 즐기는 것이다. 쌍산재의 모든 숙소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보통은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손님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준비해준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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